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2-01-29 10: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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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1.6배 늘었단다. 이 말은 집이 1.6배 더 작게 느껴지는 것과 같다. 이를 공간심리학이라 한다. 마음이 비좁아지면 넓은 공간도 좁쌀만큼 좁아져 보인다. 반대로 마음이 넉넉하면 좁쌀도 썰어먹는 여유가 생긴다.
공간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바꾸는 일 밖에 없다. 나는 이 점에 있어서 독일의 미스 반 데어 로에(1886~1969)의 가르침을 따르기로 했다.
“덜한 것이 더한 것이다’(Less is more)”
이 한 문장에 그의 예술정신이 담겼다.
우선 내 방의 시계다. 정확하게 ‘10시 10분’을 가리킨다. 멈추어진 시간이다. 시간의 압박에서 자유롭고 싶었다. 시계와 함께 이만수 감독이 건네준 사인볼이 있다. 나는 늘 헐크 이만수의 홈런을 꿈꾼다. 환희가 있다. 헹가래가 있다. 야구공을 보면 마음이 운동장만큼 널널해진다.
또 하나 있다. 내 아들이 그린 소품 그림이다. 산더미보다 더 큰 파도들 속에 등대가 우뚝 서 있다. 넓고 넓은 바다다. 등대의 위용이 나폴레옹의 전쟁터의 모습보다 힘차다. 일렁이던 마음도 잔잔해진다. 나는 등대를 보면서 내 인생을 떠올린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밤무대(?)를 찾아 누볐던가? 이제는 멈추어 서야 한다. 내가 내게 말한다.
“등대는 움직이지 않고 비춘다.”
이 세 가지 소품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 버렸다. 3평 반 정도의 방도 아들 녀석이 이사를 가고 물려(?)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 한 가지.
공간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공부방”
걸 맞는 이름이 최고의 이름임을 알아서다. 그도 서재라 하면 쑥쓰러워 할 것 같아서였다. 나는 이곳에서 책을 읽는다. 요즘은 김병종 교수가 보내준 저서 <시화기행>을 열심히 탐독 중이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요.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 하지 않나? 가만 앉아서 프랑스 파리의 거리를 누빈다. 문학과 미술, 철학의 하모니가 있다.
독서만이 아니다. 공부방에서 묵상도 하고 스트레칭도 한다. 어떤 때는 무릎 꿇어 주님의 이름도 부른다.
나는 요즈음 오롯이 나를 위한 작은 공간이 우주를 품을 수 있다는 데 놀라고 있는 중이다.
10시 10분의 시계가 나를 향해 웃고 있다.

※ 서재는 아주 가끔, 찾아온 손님의 환대를 위해 쓰인다. 값이 호텔보다 조금 비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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