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11-22 09:5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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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격언에 ‘끝이 좋으면 모든 것이 좋다(Ende gut, Alles gut)’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모든 영화는 명대사와 라스트 신(last scene)으로 기억된다.

이번 장례식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고인(정영숙, 97세)의 추도사를 맡은 이는 며느리(김만옥선교사)였다.
“어머니와 아내의 차이는 뭘까요? 어머니는 당신을 세상에 울면서 태어나게 한 사람이고, 아내는 당신을 계속 울게 만드는 사람이랍니다.(그 울음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하필 제가 추모사로 이 자리에 올라와서 남편을 또 울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유머로 시작되는 추도사는 머리가 아닌 가슴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눈물은 눈이 아니라 가슴이 흘린다고 하지 않던가?
“이제 여기부터는 분산되지 않은 사랑을 한 몸에 받으셨던 ‘어머님의 아드님’, 제 남편에게 말합니다. ‘앙!’ 울음소리와 함께 당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어머니는 가셨고 당신을 울게 할지도 모르는 저는 남아 있네요. 당신이 잘 울도록 돕겠습니다. 단 후회도 눈물도 어머님이 계셨다면 ‘그만하면 됐다’ 하실 만큼만 하도록, 어머님이 마음 아프지 않을 만큼만 울도록 도울 겁니다.”
그렇다. 김만옥선교사의 추모사는 인문학의 서사였다.
누군가 말했다. ‘우는 법과 밤을 지새우는 법과 새벽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것’이 곧 인간이 되는 것이라고. 하마트면 나는 일어나 박수를 칠 뻔 했다. 추모사는 어머니를 돌보셨던 한분 한분에 대한 감사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앙’이 아닌 ‘빵’하고 터지는 웃음이 압권이었다.
“어머님을 화장장으로 모신 운구차는 샛노란 봉고차였습니다. 그 봉고차의 색이 저에게는 생각의 반전이고, 재치이고, 웃음이고, 행복이었습니다. 뭐든 빨리빨리 하시는 어머님이 천국 가실 순서를 기다리시느라 무척 지루해하셨는데 드디어 가신다며 밝게 웃는 웃음의 색깔 같았습니다.”
이번 장례는 5일 장(葬)도 7일 장(葬)도 아닌 십일일 장이었다. 선교사로 케냐에 머무는 아들(김철수)이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야 해서다. 고인인들 얼마나 지루(?) 했을까? 추모사의 유머는 지루함을 한 방에 날려보내는 강펀치였다.
길고 긴 러닝타임의 장례식, 엔딩자막은 이렇게 흐르고 있었다.
‘인생은 원더풀, 떠남은 뷰티풀’

※ 유골함은 보자기에 싸인 것이 아니라 면사포로 씌어졌다. 모든 여인들의 고향은 ‘아름다움’이라 하지 않는가? 조문객들 모두가 장례위원이 되어 계단위에 도열한 모습은 장엄했다. 장례의 품격이었다. 내 옆에 있던 사람이 속삭이고 있었다. ‘클라스가 다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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