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11-22 09: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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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잃은 아버지는 바닷가로 나간다. 파도를 바라보며 중얼 거린다.

“나는 파도만 보았지. 파도를 일으키는 바람을 보지 못했어”(영화 관상에서)
남의 관상(觀相)은 보면서 정작 자신의 앞날을 내다보지 못한 데 대한 탄식이었다.
장례식장에 웬 사과장식이냐고 할 이들이 있을 것이다. ‘사과’만 보지 말고 사과를 만들어낸 태양과 비바람을 보라는 거다. 사과가 맞이했을 태풍, 천둥, 번개, 땡볕.... 장석주 시인은 대추 하나를 놓고 이렇게 말한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서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현대 미술의 아버지’라 불리는 폴 세잔(Paul Cézanne 1839~1906, 프랑스)은 스스로를 ‘실패한 화가’로 여겼다. 파리의 살롱은 그를 인정하지 않았다. 세잔은 다짐한다. ‘사과로 파리를 놀라게 하겠다.’ 그는 무려 40년 동안 사과만을 그린다. 왜 사과였을까? 잘 썩지 않아 오래 관찰할 수 있었다. 위치를 이리저리 바꿔도 말 한마디 없었다. 완벽한 모델이었다. 말년 대표작은 한 화면 안에 다양한 시점이 존재한다. 가운데 높이 솟은 과일 그릇, 쏟아질 것 같은 왼쪽 접시의 사과들, 오른쪽 물병 주변의 과일들...
‘세잔의 사과’를 떠올리는 장례식장의 사과가 속삭인다.
‘태양과 비바람, 병충해와 화해하지 않고 익은 과일은 없다.’고.
헨리 나우웬은 가장 좋은 죽음은 다른 사람과 결속(結束)하는 죽음이라 했다. 결속의 키워드는 용서와 화해다. 이때 장례는 축제가 된다.
※ 작품 해설: 구겨지고 헤진 옷이 굴곡진 97세 인생을 상징한다. 고인이 걸쳤던 마지막 옷이다. 뒹구는 듯 우뚝 선, 멍들기도 했으면서 바래지 않은 사과의 빛이 고인의 눈빛처럼 영롱하다. 비망록과 같았을 수첩에 꽂힌 작은 사진 한 장! 아들에 대한 기도, 눈물, 소망이었다. 며느리는 그 사진을 발견하고 하염없이 울었단다.

이 마음을 담아내기 위해 나와 내 아내 김향숙이 여러 날을 고민하고 함께 꾸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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