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2-16 14:5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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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ch, Beethoven 그리고 Brahms.

이 셋은 독일음악을 대표한다. 한 때 우리가 ‘3’(김영삼-김대중-김종필)이라 했듯이 이들 셋은 ‘3B’라 불린다. 셋의 공통점이 있다. 끔찍이도 커피를 사랑했다.

브람스는 자신의 커피를 직접 끓여야 커피는 제 맛을 낸다고 했다. 커피는 자기를 알아주는 이에게만 맛으로 보답한다는 거다. 베토벤은 한 잔에 60개의 커피콩을 세었다. 60개의 알이 60가지의 영감을 가져다준다고 여겨서였다. 바흐는 <커피 칸타타>로 커피 사랑을 드러낸다.

풍자와 익살이 가득한 <커피 칸타타>의 가사는 피칸더(picander)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프리드리히 헨리키(Christian Friedrich Henrici, 1700-1764)가 썼다. 헨리키는 바흐를 스타덤에 오르게 했던 마태 수난곡(Matthaus Passion BWV 244)’의 가사를 쓰기도 했다.

첫 번째 곡은 나레이터(테너)조용히 하세요! 잡담을 그치시길!”이라는 제목의 레치타티보로 시작된다. 칸타타의 주인공인 딸 리스헨(Liesben, 소프라노)과 그녀의 아버지 슐레드리안(Schledrian, 베이스)을 소개한다. 이어 화가 난 아버지의 화난 이유를 들어보란다.

아버지는 소리친다.

애를 낳아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니까” “당장 커피를 치워버려

당시는 커피가 값비싼 수입품이었다. 커피를 자주 마신다는 것 자체가 사치였다. 여자가 커피를 많이 마시면 불임하게 된다는 소문이 널리 퍼질 정도였다.

딸은 다른 건 다 없어도 되지만 커피만은 안 된다고 완강하게 거부한다. 약혼자와 결혼을 시키지 않겠다고 위협하는 아버지와 다시는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딸.

간신히 결혼승낙을 받아 낸 딸은 혼인 계약서에 커피의 자유 섭취조항을 써넣고 만다. 그녀의 대사가 인상적이다.

, 커피! 정말 맛있네요. 천 번의 키스보다도 사랑스럽고, 머스캣 포도주보다 부드럽지요. 커피, 커피, 정말 마시고 싶어요. 제게 즐거움을 주시고 싶다면 저에게 커피를 주세요.”

대립하던 아빠와 딸은 화해한다.

고양이는 쥐잡기를 그만 둘 수 없지.”

완벽한 해학(諧謔)이다.

왜 바그너는 3B에 이름을 못 올렸을까? 바그너(Richard Wagner, 1813~1873)란 이름에는 B가 없어서라고.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진짜냐고?

조용히들 하세요! 뒷 담화는 그치고 그냥 믿으시길!”

(커피 애호가라면서 커피 칸타타를 들어보지 못했다면 그는 가짜다. 마치 애연가라며 뻐끔 담배를 피우는 선머슴아 일 뿐. 속죄하는 마음으로 커피 칸타타에 빠져 보시길....)

https://www.youtube.com/watch?v=VsiZ_EJCvt0&fbclid=IwAR3OUQtKj0gHFcePFLnc4pL-PPKVRzKWsLAzsxh06peWH3UTBQJdK9WE79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