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4-04-21 14: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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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르페 디엠(Carpe Diem)을 살다.

내 누이 김신성과 시인 이동춘, 김재평교수, 신성욱교수등 저희의 놀이터가 하나 있었습니다. 시시콜콜한 일상을 나누는 단톡방입니다. 어느 날 내 누이가 올린 빼빼로와 칸쵸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제일 무서운 건’입니다.
빼빼로가 항상 덩치도 작은 칸쵸의 심부름을 도맡아 했다. 지켜보던 친구들이 답답하여 물었다.
“야, 빼빼로 넌 키도 칸쵸보다 훨씬 크면서 왜 칸쵸 부하처럼 구냐?”
그러자 빼빼로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쉿, 조용! 칸쵸가 들을라. 너 칸쵸 등에 문신 봤어? 완전 무서운 애야.”
그러던 칸쵸가 언제부턴가 새우깡의 부하를 하고 있었다. 궁금한 빼빼로가 왜 그러느냐고 칸쵸에게 물었다. 그러자 칸쵸가 조심스레 말하기를,
“쉿, 조용히 해! 새우깡 들을라, 야, 새우깡은 온몸이 칼자국이야.”
이 글 끝에 내 누이는 이렇게 토를 달았습니다.
“저는 이제 새우깡파입니다.”
요즘 온갖 파들이 많습니다. 대파도 있고 쪽파도 있고... 무당파도 있다지요. 이 날, 새우깡파라는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아홉 번째 수술을 받던 날입니다. 한 두 번도 아니고... 숨이 컥 막혔죠. 김동호목사님의 수술 전 기도는 간절했습니다. 같이 기도하는 나의 가슴도 떨고 있었습니다.
“하나님 아버지, 친히 방문해주시고 함께 해주시고 모든 과정을 지켜주실 줄을 믿습니다. 마취하는 것, 마취에서 깨어나는 것, 수술하는 것, 집도하는 의사의 손길 하나, 손끝 하나 하나까지 간섭하여 주셔서 실수하지 않게 하시고....”
대기실에서 수술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 동현이 형이 말했습니다.
“각설이 알지?”
“응”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순간 빵 터지는 웃음. 실제로 그랬다죠. ‘작년에 가실 줄 알았는데 또 오셨냐고?’ 의사들도 웃깁니다.
‘각설이’가 뭔가요? ‘覺說理’의 각은 ‘깨달을 각(覺)’, 설은 ‘말씀 설(說)’, 이는 ‘이치 리(理)’입니다. 각설이가 깨우쳐 준 도(道)가 있습니다.
“좋은 사람이 웃기지 않을 수는 있지만, 웃기는 사람은 모두 좋은 사람이다.”고요.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은 암이라는 진단을 받은 지 3년 되는 10월 2일, ‘카르페 디엠 데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러고 99%의 절망을 1%의 희망으로 이겨냈습니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합니다.
“너의 상처를 숨기지 말라. 상처는 피부에 새겨진 훈장이다. 상처는 그대가 오랫동안 전투에서 경험을 쌓았음을 나타내는 증표이므로, 적들은 그 상처를 보고 두려움을 느낄 것이다. 이것으로 하여 종종 적들은 대화를 원할 것이고, 그대와의 충돌을 피하려 할 것이다. 상처를 낸 칼보다 상처 그 자체가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저는 최후의 목격자로 그 상처의 훈장을 여실히 보았습니다. 손녀 로미가 밤하늘의 초승달을 보고 했던 말로 대신하겠습니다. “반짝이는 보석 같아요.” 내 누이 신성은 카르페 디엠의 삶으로 하늘 보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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