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2-02-03 09: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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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간 할머니가 미국 어린이에게 내 던진 한마디로 큰 곤욕을 치렀다.
“어디 고추 한 번 보자”
자칫 아동성범죄라 몰릴 뻔 한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서도 통하지 않을 말이 되었지만 이전에는 어르신들의 단골메뉴였다. 문화의 차이는 참으로 크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의 아랫도리를 벗겨 키운다. 미국에서는 윗옷을 벗긴다. 이런 것은 고전이라 치자.
이탈리아를 방문한 한국인이 레스토랑에서 저녁 후, 카푸치노를 주문했다. 웨이터는 무척 당혹스러워 한다. 그가 묻는다. ‘식사가 부족했나요?’ ‘혹 음식이 입맛에....’ 그들에게 카푸치노는 ‘간이식사’다. 밥을 먹자마자 라면 달라는 꼴이니 얼마나 당황을 했겠는가 말이다.
이래서 커피도 잘 알고 마셔야 한다. 나는 재흥이 형을 통해 커피를 제대로 배웠다. 커피의 재발견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콜럼부스 발견’만큼이나 큰 사건이었다. 이후 아내를 위해 미니 카페를 하나 만들어 주기로 했다. 이른바 홈 카페다. 커피를 타는 수준은 초딩급이다. 커피 고수들의 커피에 비교할 수 없다. 원두는 물론 온도, 물, 시간... 난, 그 흔한 바리스타 자격증도 없다. 그런데도 아내는 늘 감격한다.
“여보, 이재흥목사님 커피에 버금가네.”
그러면 나는 손사래를 친다.
“여보, 그만 웃기고 얼른 드~셔”
나 스스로 내가 얼마나 ‘어리바리’한 줄 안다. 어느 날은 물의 무게를 못 견딘 커피 여과지가 찢겨 왕창 쏟아지기도 했다. 용품들을 구별 못해 엉뚱한데다 커피를 붓기도 했다. 좌충우돌! 나만의 메뉴를 개발해 보기로 했다. 나의 매뉴얼이다.
먼저, 커피 원두를 두어 개 씹어보라고 권한다. 사과향이 나야 한다고 윽박(?) 지른다. 이어 그라인딩이 끝난 커피를 아내의 코밑에 들이민다. 흠뻑 들이키라고 오랫동안 멈춘다. 당연 머리가 빙 돈다. 그리고 도인처럼 폼을 잡고 물을 붓는다.
커피는 한 잔을 가득 채우지 않는다. 찔끔이다. 먼저 시음을 해야 한다. 오케이 사인이 나면 두 번째 잔을 따른다. 이 때 불빛에 비쳐 보라고 한다. 커피 잔은 본차이나가 아닌 이중 컵의 유리잔이다. 커피의 빛깔을 즐기기 위해서다. 영락없는 와인이다. 이 때 재흥이 형한테 배운 커피 지식으로 구라를 깐다. 그러면 몇 마디에 ‘와’ 하고 놀란다. 성공이다.
여기까지는 루틴하게 진행된다. 다음은 스페셜이다. 이탈리아의 카페 코레토(caffè corretto)다. 에스프레소에 독한 식후주인 그라파(grappa)를 몇 방울 떨어뜨린다. 일종의 알코올성 커피다. 속이 알알해지며 약간 기분이 묘해진다. 마침 내 친구 장범이 구해다 준 그라파가 있어서 늘 넉넉한 마음으로 붓는다. 아내는 금방 어리어리해서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이번엔 대성공이다.
바로 이 때다. 오펜 바흐의 <호프만의 이야기>중에 ‘뱃노래’를 틀어준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에 두 주인공 귀도와 도라를 사랑에 빠지게 했던 음악 말이다. 그 다음 장면은 생략이다.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어리바리 송’커피는 이렇게 탄생되었다. 이 정도면 한 잔에 10만원 한다는 게이샤하고 비교가 안 된다. 나는 알았다. 홈 카페는 값비싼 커피 도구들이 아니라 컨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가장 프라이빗한 둘 만을 위한 카페!! 이만하면 사치 좀 떨어도 되지 않나?
우리는 이렇게 코로나를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 원두는 재흥이 형이 공급해 준다 했으니... 이제 아끼지 않고 원 없이 마실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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