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2-01-21 09: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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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 죽음을 각오한 로버트가 같이 죽겠다는 애인 마리아를 안전지대로 쫓아내며 말한다.
“우리는 헤어지는 게 아니야. 마리아 당신이 사는 게 곧 내가 사는 거니까...”
떠나보내고 떠나옴은 이 땅의 경계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토머스 홈스(미 워싱턴대) 교수에 의하면 스트레스 척도에서 배우자의 죽음은 100으로 단연 으뜸이다. 이어 이혼이 73으로 2위다. 3위는 부부 별거다. 65로 나타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증가하면 혈액 속에 호중성 백혈구 활동이 저하된다. 면역력이 약화 되고 우울감에 빠진다. 체내염증 수치가 최소 17% 증가한다. 심장마비, 조기 사망, 뇌졸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상심 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이다.
장례보다 장례후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우리네 문화에서는 장례에는 온갖 정성을 다한다. 마음을 다한다. 그러나 장례 3일이 끝나면 모든 것은 절벽이다. 빙하기와 같다. 마음 붙일 때도 없다. 조문객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믿음의 공동체가 개입해야 할 시점이다. 그러나 교회조차 바쁘다.
한국인은 유독 배우자를 잃은 슬픔을 오래, 심하게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살다보면 살아진다’고? 너무 가혹한 말이다. ‘참고 잊으라’고? 듣는 순간 욕 나온다. 예일 보고서에 의하면 3년이 지나야 슬픔에서 온전히 벗어난다고 했다.
이별에서 슬픔을 제거해버리는 마법은 없다.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억이 희미해질 때까지 애도하며 작별하는 것만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당신을 위해 늘 기도할게요’라는 말보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불러 주세요.’란 말이 더 큰 위로가 된다. 같이 밥 먹어 주고 온갖 넋두리를 조용히 들어주는 일이 최고다.
애도란 피할 일이 아니다. 두 번째 장례와 같다. 어떤 죽음에 대해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감정적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아쉬움, 죄의식, 증오 등이 나를 괴롭힌다. 돌보지 않는 슬픔은 병으로 돌아온다. 없애려 하지 말고 다스려야 한다.
누구는 다스리기 위해 애도일기를 쓴다. 추억의 물품들을 정리한다. 집안에 사진 액자로 ‘그의 자리’를 만들기도 한다. 배우자가 즐기던 취미에 빠져들 수도 있고 그가 못다 했던 봉사활동을 물려받을 수도 있다. 최고의 애도는 사랑했던 이의 상실을 삶 속에 연결하는 일이다.
남편을 떠나보낸 최종숙권사는 작은 기도모임을 만들었다. 누군가를 위해 중보기도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하나님의 품에 안기는 일이고 그의 품안에서 위로 받는 최고의 애도가 아닌가?
※ 최권사와 효진이가 추모의 종을 친다.
‘하늘에서도 이 땅에서 처럼’
이른 아침, 이번에는 내가 종을 친다.

‘저들의 슬픔이 하늘에 이를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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