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9-23 10: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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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과 쌀의 가장 큰 차이가 무엇일까? 수확량? 노동의 난이도? 영양소? 아니다.

낫으로 밀을 수확한다. 뿌리가 남는다. 살아남은 뿌리는 제 살기에 바쁘다. 땅에 밀을 뿌린다. 수확량이 확 준다. 키도 자라지 않는다. 확실하게 갈아엎어야 한다.
연작(連作)이 불가능한 밀과 달리 쌀은 연작이 가능하다. 쌀은 심은데 심어도 수확량에 차이도 없다. 쌀은 착하다. 물을 담수하기 위해 논두렁을 만든다. 둔덕이 생기기도 한다. 언덕배기에는 콩을 심는다. 깨도 뿌린다. 여러 농작물들이 사이좋게 자란다.
연작이 어려운 밀농사 지역은 밀 대신 옥수수나 감자를 넓게 심고 나서야 다시 밀이다. 단일식물로는 살기가 어렵다. 물물교환이 필요해진다. 자신의 작물을 수레에 싣고 누군가를 찾아가야 한다. 길을 닦아야 한다. 교역(交易)이 이뤄진다. 흥정과 협상이다. 누군가는 이익을 취하고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도 한다. 쌀농사 문화는 그런 거추장스런 일이 필요가 없다. 자급자족이 가능해서다. 길 대신 부락을 형성한다. 마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공동체를 의미하는 ‘community’는 라틴어 ‘com’(함께)+‘munus’(선물)로 구성되어 있다. ‘서로에게 선물이 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있는 곳’이 곧 공동체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긴다. ‘착한 식물’인 쌀을 먹고도 착하지 못한 인간들은 뭘까?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던 추석이 그립다.

※ 나부터 착해지고 싶어 송편을 집어든다. 정수덕 사모가 가져다 준 송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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