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7-21 16: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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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상담을 한다. 웬 놈의 기억이 그렇게 좋을까? 거의 천재 수준이다. 젊었을 때부터 허물을 죄다 기억해낸다. 한 보따리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내가 보기에도 살기 어렵다. 그런데도 살겠다고 찾아왔다. 나는 말한다.
“‘기억장애’를 달라고 기도해 보시지요.”
“네~~에?”
그리고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다.
교회 집사가 예수님의 환상을 보았단다. 소문은 금새 쫙 퍼졌다. 목사가 그를 만났다.
“정말 예수님을 보았나요?”
“그럼요”
“그러면 다음번에 또 다시 뵙게 되면 지난번 철야 기도회 때 회개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물어 보고 저에게도 말씀해 주세요.”
얼마 후 그 집사가 목사를 만났다.
“예수님을 만났나요?”
“예”
“그럼 지난번에 고백했던 죄가 뭐라던가요?”
집사가 말했다.
“그 죄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시던데요.”
예수님도 고백한 죄에 대해서는 기억장애를 가지시지 않았남?
“내가 그들의 불의를 긍휼이 여기고 그들의 죄를 다시 ‘기억하지’ 아니하리라 하셨느니라.”(히 8:12)
내담자들이 무슨 반응을 보였냐고?
반응은 무슨 반응? 내 이야기인 걸. 내가 나를 다독거린 이야기란 뜻이다. 나는 도대체 기억해야 할 것은 깜박 거리고 잊어야 할 것은 왜 그리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사는지....
“주여, 잠들때 사랑하는 이들의 허물도 함께 잠들어 평안한 잠을 자게 해 주소서.”
나의 어제 저녁기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