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2-26 10: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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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 시간의 때가 묻어 윤기가 날 때, 그때의 건축이 가장 아름답다. 처음에는 남루했어도, 거주인의 삶을 덧대어 인문의 향기가 배어나는 건축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경이롭게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한 건축은 건축가가 완성하는 게 아니라 거주인이 시간과 더불어 완성하는 것이다.”
건축가 승효상님의 건축철학이다. 난, 이 대목을 참 좋아한다. ‘건축가가 아닌 거주인이 완성하는’ 건축물, 거기에는 주인의 향내가 있다. 그의 꿈이 담긴다. 함께하는 이들의 스토리가 쌓여간다. 그래서 건물은 또 하나의 인격이 된다.
건축물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장식물이나 미술·조각품이 아니다. 언제라도 그것들은 키치(kitsch, 모조품·싸구려상품)로 전락될 수 있다. 그렇다고 30여년의 발자취도 콘텐츠도 아니다. 건축물을 건축물답게 꾸미는 것은 스피릿이다.
일본에 가면 일본 고속철 신칸센 청소회사가 있다. 미국 CNN방송은 ‘7분간의 기적’으로 이들을 극찬했다. 어떤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직원들은 ‘우리는 어차피 청소부’라는 자조와 패배의식에 젖어 있었다. 이 회사에 경영기획부장으로 야베가 부임한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이 있었다.
“TESSEI가 고객들에게 파는 것은 청소가 아니다. 우리가 파는 건 여행의 추억이다.” 그렇게 해서 청소부 직원들을 ‘서비스 기술자’로 바꾸었다. 그리고 내 건 목표가 있었다.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성의 있는 환대)가 넘치는 토털서비스 회사”
회사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과 중국 칭화(淸華)대 등 세계 각국에서 견학 올 정도로 이름난 토털서비스회사로 거듭났다. 신칸센이 도쿄역에 도착한 뒤 다시 출발하기 전까지 7분 안에 이뤄지는 청소 작업은 밖에서 연극처럼 관람할 수 있다. ‘7분간의 신칸센 극장’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하이패밀리는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한 자산으로 맞이하는 것을 최고의 과제로 삼는다. 정현종 시인은 이렇게 노래한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최근 미국 애즈버리 신학대학원에서 사회윤리학 교수로 재직 중인 크리스틴 폴(Christine D. Pohl)의 인터뷰 기사를 꼼꼼히 읽었다. 몇 대목을 인용해 본다.
“1,5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기독교 신앙과 증거의 중심에는 환대의 실천이 있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소속감을 누리지 못하고 있으며 공동체의 환대를 갈망한다.”
“복음의 중심부에는 환대가 주는 능력과 은총이 자리 잡고 있다.”
“구세주가 이 세상에 오셨을 때 그는 우리를 맞이하러 오시기도 했지만 동시에 환대를 필요로 하셨다.”
어떻게 환대를 표현해 볼 수 있을까? 하이패밀리는 건물 곳곳에 환대(hospitality)를 새기려고 애썼다. 애연가들을 위한 스모킹 존, 여성들을 웃게 만드는 화장실 안내와 생리대 비치, 카페의 환대, 건물 곳곳에 숨겨진 치유의 향, 차(茶)와 담소(談笑)로 넘쳐나는 다실, 작은 기도실, 방문객들을 위한 숙소… 여기에 머물지 않고 나그네를 환대하기 위한 <잠자는 마을>을 준비 중이다. 그들에게서 듣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
“내가 너희 지친 몸을 회복시켜 줄 것이다. 너희 지친 영혼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그 때에 내가 잠에서 깨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꿀 같은 단잠이었다!’(렘 23:25~26, TMB)

우리의 환대로 방문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나고 입술의 감탄사가 쏟아지는 그 시간이 우리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하이패밀리는 그들의 미소와 감탄사로 매일 매일 새롭게 건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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