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4-06-11 10:4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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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영이와 나의 만남은 40년 전, 암남동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시영이는 고신의대에 입학한 대학 새내기로 저는 갓 안수받은 풋내기 목사였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풋풋한 마음과 의료선교로 엮였습니다. 나이 많은 내가 먼저 떠나고 시영이가 나의 조사라도 읽어줄 줄 알았는데.... 시영이가 먼저 떠났습니다. 그리고 학교 채플이 아닌 장례식장에서 이렇게 조우하게 되었습니다. 비통한 마음이 큽니다.

시영이는 2023년 1월 1일 새해 인사를 카톡으로 해 왔습니다.
“평안과 강건함을 아룁니다.
새해엔 함께 하늘의 복을 누리시기를 원합니다.
겨울입니다. 춥죠?
저의 세 번째 겨.울.입니다.
지난 두 번은 정신없이 너무 추웠었고, 빨리 가라고만 했습니다.
세 번째는 선.물.입니다. 기다림 속에 더 큰 기쁨을 기대합니다. 그래서 안 춥습니다 ㅎㅎ..
12월에 9번째 항암제를 썼고, 호전된 상태가 지속됩니다. 약이 누적되어 힘들지만 간격을 늘여 3차례 더 유지 요법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날이 다가오면 조금 우울해집니다. 길게는 2주쯤까지 어찌 되는지 아는 게 병입니다.
만 2년을 넘게 틈을 주지 않고 몰아치는 이 독한 놈이 더 독한 조.직.을 만났지요. 잘못 찾아왔습니다.ㅎㅎ..
참 찐~한 사.랑.속에 지내왔고 또 그 속에 푹 빠져 있습니다.
글로 쓰지 못하는 갈등 속에도, 함께하는 이들이 있어 아내와 저도 잘 버팁니다.
계속 함께 웃어 주세요ㅎㅎ..
새해에도 아버지와 그 선한 의지에 기대어 다시 또 갑니다. 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말씀은 시영이가 새해 벽두 제게 보낸 말씀입니다.
고후 6.8b~10
...우리는 속이는 자 같으나 참되고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보라 우리가 살아 있고 징계를 받는 자 같으나 죽임을 당하지 아니하고... 항상 기뻐하고...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고... 모든 것을 가진 자로다.
저는 머리와 입으로 설교했고 내가 사랑했던 시영이는 죽음과의 사투를 벌이며 가슴과 온몸으로 내게 성경을 풀어 주었습니다. ‘항상 기뻐하고’
사도 바울의 이 결연한 의지를 보여주는 말씀이 사도행전 20장 24절입니다.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4)
킹 제임스 버전은 이를 이렇게 번역합니다.
“나의 달려갈 길을 기쁨으로 끝마치고, 내가 주 예수로부터 받은 사역,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온전히 증거 하기 위해서라면 이런 일을 전혀 개의치 아니할 뿐 아니라 나의 생명을 조금도 아끼지 아니하리라.”
개역성경에는 없습니다. 원본에만 있습니다. 바로 ‘기쁨’입니다.
카라스 χαρᾶς = joy,
메타 카라스 μετὰ χαρᾶς 기쁨으로
이 단어가 킹 제임스 버전에는 있습니다.
“I may finish my race with joy!”
이 구절을 이렇게 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나의 달려갈 길을 기쁨으로 끝마칠 것입니다! 기쁨으로! ‘μετὰ χαρᾶς’(메타 카라스). With Joy! 울지 마십시오. 나는 반드시 기쁨을 지켜낼 것입니다. 찡그리고 일그러진 얼굴로 마무리 짓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반드시. 내가 가야 할 길을 웃으며 갈 것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기뻐하면서.”
시영이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많이 많이 슬픕니다. 그러나 시영이가 남긴 말 때문에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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