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4-02-21 13:5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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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성주가 되었다

성 하나에 한 사람뿐인
그가 되었다
사람들은 당신 앞에서 모자를 벗지만
그때 웃음판이 멈추기도 한다
당신의 고독은 깊어 간다
탁월함이 인격인 건 아니고
행복이 가치의 지표도 아니다
재물은 너무 많아도 안 되고
고독은 너무 적어도 안 된다
멀리 보며 전체를 생각하라
좋은 꿀의 꿀물을 타서
많은 이가 감미롭게 마시게 하라
겸허히 기도하라-김남조(1927~2023)
※ 멍은 빈틈없는 ‘나 홀로’(alone)다. ‘all one’(완전한 하나)을 의미한다. 그곳에서는 모두 성주가 된다. 성 하나에 한 사람! 여럿일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 웃음도 떠들썩한 담론도 멈춘다. 고독으로 들어선다. 그 때 비로소 알게 된다. 탁월함도 행복도 재물도 아닌 오로지 고독만이 답인 것을. 광야의 영성이 꽃핀다. 멀리 보며 전체를 생각한다. 그게 멍의 지표다.
왜 시인은 꿀을 이야기했을까? 멍때리기야 말로 꿀 맛을 가져다 주는 영혼의 감로수(甘露水)여서일까? 시인은 우리에게 ‘멍 honey’를 선물해 주고 갔다. 문태준은 김시인의 시편들은 긍정과 사랑, 기도의 노래라고 평했다. 멍하니는 또 하나의 기도다.-무지렁이 시인 송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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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천사의 멍하니(honey), 라파엘로 산치오(Raphael Sanzio 1483~1520), 캔버스에 유화, 1512 (부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