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3-11-18 16: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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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성자로 불리는 알베르트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1875~1965), 사람들은 그를 의사로 기억한다. 하지만 슈바이처는 실상 유명한 목사였다. 신학교수였고 음악가였다. 그것도 취미를 넘어 유럽의 정상급 오르간 연주자였고 바흐연구가였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는 사회봉사자였다.

내 친구 박상은원장을 떠올릴 때면 나는 이런 슈바이처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슈바이처도 박원장도 목사집안이었다. 교회 안마당이 운동장이고 교회 악기가 장난감이기도 했다. 박원장은 복음병원에 근무할 당시 환자 진료에만 머물지 않았다. 의사와 간호사로 찬양팀을 구성했다. 진료가 끝난 시간, 병실을 돌며 찬양으로 환자들을 위로했다. 마침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다. 석양이 창가를 비추던 때 나는 송도 바다를 바라보며 그의 찬양을 들었다. 나를 위한 힐링 콘서트였다.
슈바이처가 신학을 전공했듯 박원장도 미국 센트 루이스의 커버넌트 신학교로 가서 신학을 공부했다. 그는 ‘예수시대’란 동인모임을 통해 기독교, 기독교 신학, 기독교 세계관을 확립하고자 노력했다. 둘 다 목적지는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 봉사를 위해 의사가 된 슈바이처와 달리 박원장은 먼저 의사가 되고 훗날 신학을 하는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슈바이처가 세상을 떠났을 때 슈바이처는 평생 그의 마음속 동반자였던 바흐의 음악을 들으며 숨을 거두었다. 당시 바흐 음악을 연주한 이는 유일한 혈육인 딸이었다. 박원장의 안치예배를 드리던 날, 추모연주는 박원장을 아버지처럼 따랐던 박지혜자매였다. 안치예배가 시작되는 오프닝 음악으로 지혜자매는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를 선곡했다. 그가 카네기 홀이나 유럽순회 연주에서 보여준 어떤 연주 못지않게 오래오래 기억할 만한 명 연주였다.
가난한 목회자의 아들이었던 박원장은 오르간 대신 전자 호른을 즐겨 불렀다. 송솔나무는 박원장이 즐겨 연주했던 넬라 판타지아(Nella Fantasia, 이탈리어로 ‘내 꿈속에서’의 의미)를 플롯으로 연주했다.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미국에서 귀국해 있던 앤디 킴은 ‘My Tribute’(나의 찬미)를 첼로로 연주했다. 그 역시 세계를 무대로 연주와 공연을 복음을 전하는 청란교회 파송 문화선교사다. 박원장의 맏누이 박성순권사는 동생이 즐겨 부르던 찬송을 오르간을 연주해 작별했다.
나는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그가 들려주었던 찬양이 그리워 박원장이 선교지에 불렀던 이 땅에서 마지막 찬양을 영상으로 띄웠다. 결국 이날의 안치 예배는 작은 콘서트였던 셈이다.
※ 그의 영적인 멘토이기도 했던 이상규교수(백석대 석좌교수)는 박상은원장을 이렇게 회고했다.

“기독교 의료 혹은 선교모임에서 공사석에서 박상은 선생을 만났는데, 그는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의료인이 되었고 교회와 복음을 위해 헌신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 소장을 거쳐 대통령소속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장을 역임하였고, 안양 샘병원을 명실상부한 선교적 병원으로 육성했고 미션원장으로 일했다. 그런가하면 (사)아프리카미래재단 대표, 한국생명윤리학회 고문, 행동하는 프로라이프 공동대표, 국제보건의료학회장을 역임했다. 또 사단법인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KCOC) 부회장, 한국 말라리아퇴치연대(KEMA) 대표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선교유적지를 개발하고 순례하는 ‘사단법인 한국 순례길’ 이사장으로 일하면서 필자를 정책자문위원으로 추대해 주었다. 그는 인간미가 넘치는 진실한 그리스도인이었고 약한자의 이웃이었고, 선한 의사였다. 교회에서는 충직한 장로였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 곁에 있어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던 박상은 선생은 부인할 수 없는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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