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4-13 08:5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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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살벌했다. 압살롬은 충신 아히도벨의 전략을 거부한다. 그는 나귀에 안장을 지워 고향으로 떠난다. 유언을 작성하고 집을 정리한다. 목매달아 죽는다.

다윗은 아들 압살롬에게 쫓긴다. 마하나임으로 피신한다. 앞날을 알 수 없다. 두려움이 밀려온다. 막막하다. 절망이 덮친다. 누가 내 편이며 누가 적군인지 알 수 없다. 배는 고파온다. 이 때다.

암몬의 랍바 출신 나하스의 아들 소비가 찾아온다. 로드발에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이, 로글림 출신 길르앗 사람 바르실래도 찾아온다. 그들의 손에는 캠핑용 야전침대와 침구세트가 들려있다. 요즘 식으로 하면 큐브버너에 코펠 세트도 챙겨왔다.

음식도 가지가지다.

따끈한 찰밥과 씨레기 된장국, 돌산 갓김치와 꼬들배기, 제주산 갈치조림, 더덕구이에 도토리 묵, 김과 꼬막, 디저트로 얼음이 둥둥 뜬 단술에다 제주 천리향...

이런 구절이 진짜로 있냐고? 물론 내 취향이다. 해석학적(解釋學的) 이해다. 무려 10가지도 넘는다. 성경에서 음식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대목이다. 역사 이야기나 족보라면 몰라도 성경 한 복판에 한가롭게 음식타령이라니?

이어지는 말이 눈물 콕이다.

군대가 광야에 있으니 얼마나 배고프고 피곤하며 목마르겠습니까?”(삼하 17:27~29)

왕조시대의 식문화를 소개하는 역사이야기가 아니다. 당시의 풍물은 더더욱 아니다. 푸드테라피(food therapy)였다. 이런 것을 두고 폭풍위로라 하지 않던가?

나는 음식사진을 찍어 페북에 올리는 것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아니 경멸(?)할 때도 있었다. 내게 먹방은 늘 슬펐다. 하지만 어젯밤은 달랐다. 늦은 밤, 나를 기다렸다가 차려놓은 정성스런 요리에서 그것을 느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이 하나 있다.

약품은 우리를 더 아프게 할 수 있지만 식품은 우리를 치유한다.

나는 지금 제주도에 와 있다.

요리사진은 그동안의 나의 죄과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올리지 않기로 했다.

대신 숙소의 정경을 몇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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