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9-12 10:2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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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꼭 만나

일곱 살 난 주연이는 오빠 준우(9)에게 그렇게 말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유골함을 든 손은 오빠를 놓치지 않고 싶었는지 힘이 들어가 있었다. 할아버지·할머니는 할 말을 잊은 채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었다.

소아암이 발병한지 9개월, 수술도 제대로 못해보고 엄마와 동생 친구들을 뒤로하고 떠났다. 지난 목요일, 하이패밀리 수목장 <안데르센 묘원>에 준우가 찾아와 잠들었다. 준우는 아픈 내내 기도했고 교회도 빠지지 않았단다. , 준우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다.

준우야, 500여 년 전 일이란다. 종교개혁을 일으킨 루터목사님이 계셨어. 그 목사님의 작은 딸 이름이 막달레나였지. 그 때는 지금 코로나 보다 더한 페스트로 수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쓰러져 죽어갈 때란다.

루터 목사님은 이렇게 기도하지.

주님, 제가 이 딸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아시지요?

하지만 제 딸을 데려가는 것이

당신 뜻이라면 기뻐하겠습니다.

내 딸 막달레나가 주님과 함께 있다는 것을

제가 잘 압니다.”

루터목사님은 침상에 누운 딸에게 말을 건네지.

나의 작은 딸 막달레나,

너는 여기서 아빠인 나와 함께 있어서

기뻤을 거야.

하늘 아빠에게 가는 것도 기쁘겠지?”

막달레나가 뭐라고 한 줄 아니?

네 아빠, 하늘 아빠가 원하시는 대로요.”

그 때 아빠가 막달레나를 꼭 껴안고 속삭이지.

너는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구나.”(최주훈목사 <프로테스탄트의 기도> 중 현장감 있게 살짝 윤색)

너야말로 참으로 사랑스러운 아이더구나. 여기 너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너를 기억하며 너에게 감사의 말을 건네고 있단다. 이제 주사바늘의 두려움도 약의 매스꺼움도 잠 못 이루는 밤의 불안도 없이 편히 쉬렴.-너와 만나자마자 헤어지는 아쉬움을 담은 송목사가.

너무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면 꽃으로 채 피어나기도 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니다. 그는 이미 꽃이었다. 빨리 피고 빨리 졌을 뿐. 그리고 세상에 미운 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안데르센 묘원이나 하이패밀리 수목장은 꽃향기로 그윽하다. 나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마지막을 지켜보며 인문학에 물들고 사랑의 사도로 거듭 태어난다. 나는 수목장의 묘원지기(동산지기)인 것이 참으로 자랑스럽다.

#. 바로 이 날, 때 맞춰 신간 <프로테스탄트의 기도>를 보내준 최목사님에게 감사한다. 루터의 숨결이 느껴지는 명작(名作)이다. 루터의 기도는 신학의 정수(精髓)를 담아낸 명문의 기도다. 우리 모두 그 기도에 물들어 명품(名品)인생을 살아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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