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6-03-11 10: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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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오랜 시간 월경을 직접 부르지 못했다. 대신 은유의 옷을 입혔다. 영어권에서는 ‘플로 이모(Aunt Flo)’가 찾아왔다 하고, 일본에서도 우리와 같이 ‘손님(오캬쿠상)’이 오셨다 말한다. 낯선 남자의 이름(Andrés)을 빌려 부르는 나라도 있다. 전 세계 여성이 약속이나 한 듯 월경을 ‘외부의 방문자’로 의인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병은 아니나 병보다 깊은 통증. 이 거역할 수 없는 신체 현상을 ‘질병’이나 ‘저주’로 낙인찍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노력이다. 불쑥 찾아와 일상을 흔들어놓지만, 결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 그래서 그들은 통증을 ‘환대’라는 문장 속에 가두기로 했다.
특히 한국인의 ‘손님’에는 각별한 서사가 흐른다. 우리에게 손님은 지극정성으로 대접해 보내야 할 귀객(貴客)이다. 손님을 맞이하려 안방을 비우고 마당을 쓸듯, 몸은 매달 생명의 씨앗을 심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고 자리를 닦는다. ‘손님 오셨다’는 말 한마디에는 고통스러운 갈고리질을 ‘정갈한 비움’으로 승화시킨 여인들의 숭고한 긍정이 담겨 있다.
결국 이 은유는 고통을 대하는 인류의 지혜다. 피할 수 없는 통증을 비하하기보다 이름을 붙여 마주하는 것. 비록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가는 손님일지라도, 기꺼이 몸을 내어준 자궁의 수고를 ‘환대’로 보듬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손님’은 말한다. 당신의 몸은 지금 가장 아픈 방식으로 가장 찬란한 생명의 길을 닦고 있다고.
※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하이패밀리와 청란교회는 ‘양평에서 평양까지’란 슬로건과 함께, 북한 여성 생리대 지원과 성폭력피해 여성 지원 사업에 참여한다. 매주 첫 주일은 특별헌금을 한다. 방문객들에게는 천 원짜리는 무조건 헌금함에 집어 넣고 가라고 한다. 천원도 없는 분들은 만 원짜리도 괜찮다고 한다. 내 말에 빙긋이 웃으며 5만 원을 집어 넣는 이들도 있다. 다들 아쉬레이의 복을 누리는 이들이다.

사진은 석창우화백 부부가 헌금에 참여하는 모습이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가장 아름다운 손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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