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4-11-01 11: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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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게릭병은 무서웠다. 몸이 서서히 굳어간다. 어느 날, 아픈 자기보다 앞서 친구가 세상을 떠난다. 불편한 몸으로 친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 자신뿐 아니라 조문객들이 조화를 바치며 작별 인사를 한다. 정작 죽은 친구는 누구도 알아보지 못한다. 목소리도 알아듣지 못한다.

뜻밖의 장면에 머잖아 세상을 떠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적어도 자신은 정신이 멀쩡할 때 장례식을 미리 치러야겠다고 다짐한다. 친구들과 정든 이웃들을 부른다. 서로들 눈물로 포옹한다. 모리 슈워츠 교수 이야기다. 모리 교수는 앞당겨 죽었고 그의 장례식은 죽은 사람이 아닌 ‘산 사람의 장례식’이었다.
이를 우리는 ‘엔딩 파티(Anding Party)’라 부른다. 왜 ‘end’가 아니고 ‘and’냐고. ‘끝’이 아닌 ‘시작’이 있어서다. 셰익스피어는 희곡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에서 이렇게 묻는다.
“죽음이 우리를 찾아오기 전에 우리가 그의 비밀스러운 집으로 뛰어 들어가는 것은 죄인가?”
‘죽음의 선취(先取)’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죽음을 바라본다. 자신의 존재와 삶의 의미를 재설정한다. 남게 된 여생(餘生)은 보너스가 된다. 다음은 엄마와 함께 엔딩파티를 꾸민 윤서가 보내온 문자다.
“안녕하세요. 송길원 목사님 윤서입니다! 오늘 찍은 사진들 보내드립니다. 저희 할머니를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소풍 같았던 오늘이 하루로서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하루로 이어질 수 있도록 ‘and’의 길을 마련해주신 목사님 덕분에 할머니와 오래오래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이래서 엔딩파티는 이전의 회갑연(回甲宴)을 뛰어넘어 ‘여생연(餘生宴)’의 성격을 지니기도 한다. 살아온 생애를 축하하고 살아갈 날들을 축복한다. 감사와 은혜를 나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는 가족 연대가 있다. 이 얼마나 멋진 가족 리추얼인가?

※ 사진은 손녀 윤서양이 직접 찍은 것이다. 파티장의 모습과 할머니의 표정을 위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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