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1-01-12 10: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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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님 세정액 어디 있어요?”
(※ 사진은 이틀째 청주에서 출퇴근을 한 이영렬작가의 솜씨다.)
알았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쏜살같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손 세정액 여기 있어요.”
“차례를 지켜 주세요.”
시키지도 않았는데 청란교회 주일학생들이 방역전사로 나섰다. 한 사람이 빠져 나가면 손잡이까지 닦았다. 화장실에 들어서던 어른들이 놀랐다. K-방역이 아닌 C-방역이 빛나고 있었다. 김윤슬(12세), 이태영(11세) 방역관이었다.
그 사이 2 살배기 동민이 엄마는 추모객들 사이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가족단위 거리,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동작 하나하나가 유연했다. 프로다웠다. 다가온 사람들이 물었다.
“알바생인가요?”
“아니요. 청란교회 성도에요.”
동민이를 돌보는 일은 김시온(9세) 몫이었다. 베이비시터의 손에는 아침부터 들고 온 간식과 장난감, 표정연기가 유일한 무기였다. 엄마-아빠들이 봉사하느라 생긴 빈틈을 메꾸어 준 것은 하율(11세)대장이었다.
#. 주차관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첫 날의 경험을 살려 인원배치를 끝냈지만 구석구석이 비었다. 불가항력이었다. 그 틈새를 메꾼 것은 여성전사들이었다. 코너 마다 서서 우아한 웃음과 밝은 표정으로 추모객들을 맞이하고 안내했다.
#. 경내는 뎅그렁~~ 뎅그렁~~~ 종소리로 그득했다.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오랜만에 들어본 종소리에 추모객들이 소리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곤 했다. 긴 행렬의 지루함을 달래주며 추모의 마음을 추스르게 하는 종소리였다. 종은 30분 단위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청란교회 온 성도들이 종지기로 나섰다. 교회 가까이 호리식당(김원덕성도)은 가게문을 닫고 봉사자들을 접대하겠다고 나섰다. 청란교회의 예배가 가장 빛난 주일이었다.
#. 추모의 자리, 뜻밖의 손님들이 있었다. 다일공동체 스텝들이었다. 친구 최일도목사와 함께 정인나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줄 지어선 추모객들의 가슴이 서늘해지는 순간이었다. 엄마 아빠들이 손짓해 가며 아이들에게 보라고 가리켰다. 많은 사람들의 누선(淚腺)을 자극했다. 이곳저곳에서 훌쩍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 오후 3시. 한 사람이 캐릭터 비석으로 다가가더니 노래하기 시작했다.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였다. 고요하기만 하던 수목장은 더 깊은 정적 속에 파묻혔다. 곡은 계속 이어졌다. 정인이를 토닥이며 잠재우고 싶었던 것일까?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이가 혼자 남아 집을 봅니다. 바다가 들려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르 잠이 듭니다.” 같이 따라 부르고 싶지만 따라 부를 수 없는... 왠지 모를 서글픔! 언제 우리는 마스크를 집어 던지고 정인이 이름을 목놓아 불러 볼 수 있을까? 어느 때 떼창으로 정인이를 위해 노래해 볼 수 있을까? 나 홀로라도 ‘추모 음악회를 꼭 열어 답하리라’고 다짐해 본다.
이만하면 <안데르센 국립묘원>이라 불릴 만하지 않은가?
#. 아무래도 오늘은 저 노래를 자장가 삼아 눈을 붙여야겠다. 내일도 추모객들을 맞이해야 한다. 밤이 깊었다.
(※ 사진은 이틀째 청주에서 출퇴근을 한 이영렬작가의 솜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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