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2-23 08:2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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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쿵’이었다. ‘누가 이런 일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벽에 커다란 그림자가 그려지고 있었다. 벽은 캔버스였다. 수묵화가 그려지고 있었다. 이 세상 어떤 뛰어난 건축가도 천재 예술가도 해 낼 수 없는 일이었다. ‘초월적’인 일이었다.
해가 서산에 기울면서 그려낸 그림자 예술(shadow art)이었다. 동절기의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펼쳐지는 빛의 축제다. 석양에는 수채화로 탄생한다. 그 빛이 눈부시다. 윤동주 시인의 시를 저절로 읊게 된다.

쫓아오던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리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 오지 않는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서현 교수는 말한다.
“빛은 부유한 자의 어깨에도 가난한 자의 어깨에도 비친다. 반짝이는 대리석 벽에도 허름한 흙벽에도 비친다. 경제적인 제약을 많이 받는 건물의 설계에서도 건축가는 빛만은 풍요롭게 쓸 수 있다. 빛의 가장 큰 아름다움은 풍요로움과 공평함에 있다.
빛의 또 다른 매력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잔잔한 변화에 있다. 벽에 떨어지는 빛과 그림자, 창을 통해서 실내로 들어오는 빛의 변화는 공간을 살아 있게 만든다. 빛은 공간에 생명을 주는 마법사 같은 존재다. 건축이 단지 기술이 아닌 예술이 되게 하는 분수령으로서 합리성과 수치만으로 거론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빛이다. 조물주가 사람을 만들고는 그 코에 불어넣었다는 생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빛이 빚어낸 그림자가 주는 메시지는 강렬했다.
‘십자가의 프러포즈’
같이 춤추자며 손을 내민다. 성경에 등장하는 일군의 비유에 ‘오후 다섯 시’는 일몰 직전의 마지막 시간이다. 낮이 밤에게 시간을 넘겨주는 바톤 터치 타임이기도 하다. 거기 우리를 향한 절박한 초청이 있다. 막차인생들을 향한 하늘의 위로다.
나도 모르게 운다.
방문객들이 묻는다. 이것까지 계산을 한 거냐고. “그랬다면 난 천재다. 그러지 못했으니 난 ‘지니어스(genius)’죠.” 그러면 막 웃는다. 솔직히 말해 난 둔재(鈍才)다. 전공자도 아니다. 다만 내가 잘 하는 것 하나 있다. 감탄할 줄은 안다.
하나님이 꾸미신 일을 내가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하나님은 내게 진짜 ‘못 말리는 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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