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의 요즘생각

작성자 admin 시간 2020-02-22 09: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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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수도원 원장이 어느 날 통곡하고 울었다. 지하서고에 보관중인 사본 탓이었다. 원장은 자신이 살아온 독신(Celibate)을 탄식한다.
‘Celebrate(즐겁게 살라)’를 ‘Celibate’(독신으로 살라)으로 읽다니...

다윗은 자신을 비난하고 책망하는 미갈 앞에서 큰 소리 치며 말한다.
“내가 여호와 앞에서 뛰놀리라.(I will celebrate before the Lord-NIV).”-삼하 6:21
그리스도인은 ‘누군가 어디선가 행복해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떠는’(H. L. Mencken)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기쁨에 겨워 찬양하고 춤추며 뛰노는 이들이다.
시편의 고백을 보라.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니 내가 뛰놀리라.”(시편 60편 6절)
“의인은 기뻐하여 하나님 앞에서 뛰놀며 기뻐하고 즐거워할지어다. 하나님께 노래하며 그의 이름을 찬양하라 하늘을 타고 광야에 행하시던 이를 위하여 대로를 수축하라 그의 이름은 여호와시니 그의 앞에서 뛰놀리라.”(68편 3절, 4절)
나는 이 아름다운 메시지를 어딘가에 새기고 싶었다. 부조(浮彫)였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우선 건축물에 그만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느냐는 고민이었다. 주제를 담아내는 스토리도 고민이었다. 그 때 내 손에 잡힌 책이 하나 있었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원작자인 이자크 디네센의 <바베트의 만찬>이었다. 읽고 또 읽었다. 너무 아름다워서였다. 오죽하면 어니스트 훼밍웨이가 노벨상 수상 당시(1954년), “이 상은 덴마크 작가 이자크 디네센이 받았어야 한다.”고 했을까? 책에 그려진 노에미 비야무사 그림이 섬광처럼 내 머리를 때렸다. 그렇게 해서 천국의 춤을 강강수월래로 묘사했다.
서현 교수(서울대)는 조각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서양의 고전 건축에서 조각은 건축의 부속품이었다. 조각과 건축의 구분은 사실 뚜렷하지도 않았다. 건물의 벽면은 조각 작품이 장식했다. 미켈란젤로는 회화와 조각의 천재였던 만큼 건축의 천재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개신교 최초의 교회인 토르가우 성채교회에는 아치형 부조가 있다. 십자가, 신포도주로 적신 해면, 가시면류관, 못 세 개, 돈주머니, 채찍, 횃불, 닭 등이 새겨져 있다. 모두 십자가 사건과 관련된 것이다. 최주훈목사는 세 부조를 이렇게 설명해 준다.
“중앙의 열두 살 예수의 모습을 통해 ‘오직 말씀만으로’(sola scriptura), 좌측 용서의 조각을 통해 ‘오직 은총만으로’(sola gratia), 우측의 성전 정화 사건을 통해 ‘오직 믿음만으로’(sola fide)라는 종교개혁 원리를 보여 준다.”
건축물을 짓고 나서 가장 잘 선택한 일 중의 하나가 뭐냐고 묻으면 주저 없이 말한다. 파이프 오르간의 설치와 함께 벽면에 새긴 부조작품이라고.
부조를 들여다 볼 때마다 주님의 말씀을 떠올린다.
“그 날에 기뻐하고 뛰놀라 하늘에서 너희 상이 큼이라”(눅 6:23a)
‘뛰놀다’의 히브리 원어는 ‘사하크’(שָׂחַק)다. ‘웃다, 놀다, 장난치다’를 의미한다. ‘사하크’ 이 얼마나 좋은 말인가? 헬라어로는 ‘스키르타오’(σκιρταω)다. ‘껑충 뛰다, 도약하다, 점프하다’는 뜻이다.
‘뛰노는 인생’이다. 경축의 삶, 축제의 삶(celebrated life).
이 얼마나 신바람 나는 일인가? 펄쩍펄쩍 뛰노는 아이들처럼 말이다.
(부조, 비앙카 카라라 대리석, 면적:50㎡, 두께는 80~120mm, 최 바오로 作, 사진은 이영렬작가가 밤 하늘을 배경으로 찎었다. 마지막 춤추는 사진은 러빙유 이사들이 제주도에 뛰노는 모습을 버스기사가 찎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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